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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엔지니어링 전략: 코드보다 먼저, 사용자와 시나리오

by yjin_fe 2026. 8. 27.

한빛미디어 <나는 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들어가며.

대 AI 시대에 어떻게 AI를 잘 써야 할지 많이 고민해 봤는데, 그럴수록 AI가 생각보다 많은 걸 나 대신 '잘'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뿐이었다. 이제 적정 수준의 코드는 AI를 활용하면 누구나 쉽게 작성할 수 있게 되면서, 내가 가진 경쟁력이 무엇일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FOMO로 출발한 불안한 감정을 잠재우기 위해 이런저런 컨퍼런스의 발표나 영상들을 찾아보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커리어 중 하나로 '프로덕트 엔지니어'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운이 좋게도 이전 회사에서 피벗을 경험하며 프로덕트를 정말 처음부터 만들어가는 과정을 겪어본 적이 있어서, 당시 경험을 떠올리며 괜찮은 커리어 방향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프로덕트 엔지니어가 그냥 하겠다고 하면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다.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고민하던 차에 'AI 시대의 엔지니어링 전략'을 접하게 되었다. 무엇을 왜 만들어야 하는지 판단하고 그걸 비즈니스 임팩트로 연결 지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며 바로 이 책이다 싶었다.

 



모든 건 사용자, 시나리오부터.

이 책에서 말하는 프로덕트 사고는 결국 사용자에 대한 것이다. 사용자의 배경지식, 니즈, 행동 순서 등을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를 배울 수 있다. 단순히 개발과 무관해 보이는 개념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기술적인 설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고려해서 엔지니어링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책은 기본적인 사용자 안내를 위한 화면부터, 에러 메시지를 어떻게 보여줄지에 대한 설계, 스스로 사용자가 되어보는 도그푸딩, 나중에는 기획과 밀접하게 연관된 페르소나라는 개념까지 말 그대로 프로덕트 중심의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나는 비교적 이전 회사에서의 경험 덕에 아는 용어나 개념이 많았기에 수월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만약 이런 '프로덕트 사고'를 처음 접하게 된다면 꽤나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좀 더 파고들어 갈수록, 나도 사실은 프로덕트 사고를 제대로 체화하고 있는 개발자는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최근에는 스펙 문서를 먼저 쓰고 구현하는 방식(SDD)으로 개발을 하고 있었는데, 그 스펙 문서에 들어 있는 건 대체로 '무엇을 검증할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어떤 조건에서 어떤 값이 나와야 하고, 어떤 예외에서 어떤 화면이 떠야 하는지에 대한 것들이다.

이 책에서 배워야겠다고 느낀 것 중 하나는, 사용자가 어떤 맥락에서 왜 그 화면을 열게 되는지를 분석하고 적어보는 일이었다. 그렇게 서사를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솔직히 내가 만드는 스펙에서는 사용자 관점이 들어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책에서는 구현의 정확성도 물론 중요하지만 먼저 그 이유를 온전히 이해해야만 더 좋은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발견'은.

책은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을 따라 개발 → 전달 → 발견 → 정의 순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봤던 건 PART 3 '발견'의 6~7장이었다. 각각 타깃 오디언스 이해(페르소나·고객 발견)와 시뮬레이션을 통한 제품 탐색(북극성 시나리오·JTBD)을 다룬다.

읽는 내내 이전 회사에서의 프로젝트부터 최근에 진행했던 작업까지 각 케이스별로 마주했던 상황들이 계속 떠올랐다. 그 중 한 가지를 소개해보자면, 서비스의 오래된 기능 하나를 개편하는 UI 작업이 있었다. 여느 때처럼 기획서를 받아서 정책의 예외 케이스를 하나하나 따지고, 스펙 문서로 정리하고, 검증 항목을 촘촘하게 만들어 구현했다. 그 과정 자체는 지금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주어진 태스크를 처리하기 전 내가 알았어야 할 부분을 지적한다. '이 화면을 열어보는 사람은 누구이고, 어떤 순간에, 무엇을 하고 싶어서 여는가?' 막상 주어진 업무를 처리할 때는 이런 질문들을 그다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만약 구현 전에 그 시나리오를 먼저 생각해봤다면 과연 무엇이 달라졌을까. 높은 확률로 코드는 거의 그대로였을 것이다. 대신 기획서를 검토하는 방식이나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을 것 같다. 사용자에게 노출되는 문구 하나부터 노출 조건을 보고 이것들이 결국 사용자에게 무슨 의미인지 기획자에게 되물을 질문이 생겼을지도 모른다.

다른 예시를 하나 더 들어보자. 일전에 마케팅 부서로부터 이벤트 트래킹 작업을 요청받았을 때, 나는 그걸  'A 케이스에 대한 데이터 수집 로직을 넣는 구현 작업'으로만 받아들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마케팅에서 실제로 원했던 것은 A, B 두 가지 케이스를 모두 포함한 이벤트 데이터였다. 코드 자체에 에러가 있던 것도 아니었고, 서비스 자체로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해당 데이터로 무엇을 알고 싶은 건지, 그 질문을 한 번도 던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뒤늦게라도 몇 번의 핑퐁을 거쳐 마케팅에서 원했던 목적(이유)을 확인했고, 그제서야 B 케이스까지 포함하도록 코드를 추가해 작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당시에도 엔지니어가 단순히 시키는 것만 하는 게 아니라, 어떤 배경과 맥락에서 나온 요청인지 좀 더 명확히 물었어야 했다는 걸 느꼈다. 이 책을 보면서 다시금 반성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요구사항을 빠짐없이 구현하는 사람을 넘어, 요구사항이 놓친 것을 발견하고 제안하는 엔지니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내가 업그레이드해야 할 역량 중 하나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인한 셈이다.

 

 

읽기 전에 알면 좋은 점.

제목에 AI가 들어가 있고, 엔지니어링 전략이라고 쓰여 있지만 엔지니어링, 즉 기술 관련된 내용을 주로 다루는 책은 아니다. 결국 이 책은 기술서가 아니라 사고를 키우기 위한 입문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좋았던 점은 모든 챕터 끝에 예제와 답안이 제공되고 전반적인 요약을 해준다는 것이다. 덕분에 충분히 프로덕트 사고를 연습할 수 있다.

 

책에서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B2C 개발자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다. 자칫 '나는 B2C 서비스를 개발하지 않는데,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이 책을 보면 의외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저자가 Meta의 ORM과 Stripe의 워크플로 엔진을 설계했던 사람이라, 책의 사례 역시 단순히 B2C 제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API, 개발자 플랫폼, 내부 도구, 인프라까지 다루며 '모든 소프트웨어(코드)는 곧 제품'이라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래서 B2C나 B2B나 상관없이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프로덕트 엔지니어로 성장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강력히 추천한다. 특히 이미 요구사항을 구현하는 일은 충분히 잘하는데, 그 이상의 무언가 레벨업이 필요하다고 느끼기 시작한 개발자라면 한 번쯤은 읽어볼 책이라 생각한다.

 

 

마치며.

여전히 AI 시대에 필요한 개발자 역량은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책에서처럼 이런 역량을 갖추면 엔지니어로서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이 AI에게 일을 잘 시키는 방법론과 기술적인 부분을 다뤘다면, 이번 책은 AI에게 어떤 일을 왜 시켜야 하는지, 즉 시킬 일을 고르는 방법에 대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하네스와 컨텍스트 엔지니어링을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무엇'과 '왜'가 제대로 없다면 그냥 잘못된 것을 아주 빠르게 만들 뿐인 게 아닐까 싶다. 물론 프로덕트 사고를 가지고 있어도 제대로 빠르게 만들지 못하면 문제겠지만, AI가 계속 발전하고 있는 만큼 개인적으로는 프로덕트 사고를 키우는 일이 더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p.s.
책은 아래 링크에서 만나볼 수 있다.

AI 시대의 엔지니어링 전략 (한빛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