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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IT/리뷰 및 회고

AI도 모르는 글쓰기: 괜찮다는 착각

by yjin_fe 2026. 7. 21.

한빛미디어 서평단 <나는리뷰어다> 활동을 위해서 책을 협찬 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들어가며.

최근 몇 달은 클로드 코드나 하네스 엔지니어링처럼 AI를 활용한 개발 방법론 관련 책을 주로 읽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결이 좀 다른 책을 접하게 되었다. 특정 기술 문서만이 아니라, 회의록·이메일부터 공지 안내나 번역까지 직장인이 쓰는 모든 글을 다루는 글쓰기 가이드북이었다.

 

요즘 글을 쓸 때 AI 없이 초안을 뽑는 일이 거의 없다. 바쁘다는 이유도 있지만 "딸깍" 한 번이면 꽤 그럴듯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문서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AI가 뽑아준 초안을 어디까지, 어떻게 손봐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늘 애매했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별로 고칠 곳 없이 괜찮아 보이는데 어쩐지 뭔가 찝찝함이 남는다. 그래서 좀 더 좋은 글을 볼 줄 아는 눈을 키우고, 스스로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펼쳐보게 되었다.

 

 


아는 것보단 실천이 중요하다.

3장에서는 글을 쓰기 전에 독자, 목적, 핵심 메시지를 먼저 명확히 하라고 강조한다. 과거 테크니컬 라이터의 글쓰기 강연도 들었던 나로서는 사실 이 원칙 자체는 새롭지 않았다. 문제는 이걸 계속 알고만 있었을 뿐, 실제로는 크게 실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문서를 쓸 때 "일단 쓰면서 정리한다" 쪽에 가까웠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그래도 목차를 비롯해서 뼈대를 구성하고 내용을 채우는 방향으로 썼지만, 정작 회사에선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계획하고 작성하자

 

스펙 문서를 작성할 때도, 팀 내 공유용 문서를 쓸 때도 구조부터 먼저 잡기보다는 손이 가는 대로 쓰고 나중에 재배치하는 방식이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문서를 작성했기에 많은 이들이 잘 봐줬으면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반성을 많이 하게 되었다. 적당히 독자를 배려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너무 장황하다거나 일관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고, 내 딴에는 명확히 썼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동료를 보며 당황하기도 했다.

 

결국 계획적인 글쓰기가 아니다보니, 쓸데없이 길어지거나 중복된 내용이 늘어났던 것이다. 심지어 'AI 딸깍'이 더해지면 얼핏 보면 그럴싸해 보이기 마련이라 더 퇴고가 어렵게 느껴졌다고 생각한다.

 

3장을 보면서, 회사 내 메신저로 보내는 비교적 짧은 글부터 개선을 해야겠다고 느꼈다. 독자의 특성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명확한 목적을 지닌 핵심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의식적인 연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활용도가 높았던 지점은.

5장은 이 책에서 가장 실무적으로 남는 챕터였다. 정확성·명확성·간결성·일관성이라는 테크니컬 라이팅 4원칙 자체는 낯설지 않았지만, 이를 퇴고 단계에서 무엇을 기준으로 점검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한 부분이 좋았다.

 

 

특히 이 체크리스트를 보면서, 이걸 그대로 AI 봇의 리뷰 기준으로 써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원칙을 기준으로 문서를 스캔하는 AI 에이전트를 만들면, 단순히 글을 피드백 해달라는 것보다는 훨씬 유용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글은 기술적인 글이 아니어서 위 원칙을 적용하지는 못했지만, 다음 기술 블로그 포스트 작업에 4원칙 체크리스트를 그대로 지키며 작성해보려 한다.


 

읽기 전에 알면 좋은 점은.

책이 다루는 범위가 넓다 보니 — 회의록부터 번역 스타일 가이드까지 — 당장 내 업무와 거리가 있어 보이는 챕터는 가볍게 읽었다. 그러면서 조금 내가 원하던 깊이까지는 다루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건 단점이 아니라 바로 이 책의 정체성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강점은 즉시 활용 가능한 프롬프트들을 제공해준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론서보다는 실전 가이드북에 가깝다고 느꼈다. 회의록, 이메일, 공지문부터 기술 문서, 번역 문서까지 — 직장인이 쓰는 거의 모든 글의 유형을 다룬다. 특정 직군을 위한 책이 아니라, 회사 생활을 하는 모두에게 필요한 기본 교양서를 지향한 결과물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나에게는 5장이 가장 유용했지만, PM이나 신입에게는 4장(회의록·이메일·공지)이, 해외 팀과 일하는 사람에게는 6장(번역·현지화)이 그 역할을 할 것이다. 필요한 챕터만 뽑아 읽어도 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굉장히 실용적인 교보재라는 느낌이 들었다.

 

AI를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해주는 프롬프트 예시

 

 

기술적으로 깊이 있는 내용을 기대하고 읽으면 생각보다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반대로 매번 문서를 쓸 때마다 "이렇게 쓰는 게 맞나" 고민하던 사람이라면, 무엇을 짚어야 좋을지 하나씩 정리해준다는 점에서 확실히 도움이 된다. 이 책을 통해 글을 더 잘 쓰는 방법을 알게 되면, AI를 활용해서 더 좋은 글을 쉽게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치며.

AI로 초안을 뽑는 게 일상이 된 요즘, 오히려 사람이 어디를 손봐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더 중요해졌다고 느낀다. 이 책이 그 기준을 새로 세워준 건 아니지만, 이미 알고 있었으나 흐릿했던 기준들을 다시 또렷하게 잡아준 느낌이다. 막상 읽어보면 크게 어려운 내용이 없었지만, 이런 기본 원칙을 실제로 지키는 게 결국 더 어려운 일이라는 걸 다시 느꼈다.

 

 

p.s. 책은 여기서 볼 수 있다.

https://www.hanbit.co.kr/store/books/look.php?p_code=B34672092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