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지난 3년간 생성형 AI 스타트업에 몸담으며, 흔히 이야기하는 실리콘밸리와 우리나라의 기술적 격차를 여실히 체감할 수 있었다. 격변의 AI 시대 속에서, 한국의 좌표와 그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미 개발자에게 큰 임팩트를 미치며 개발 환경을 변화시켰던 AI는 어디까지 발전할 것이며, 우리는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가? 이 끊이지 않는 질문의 실마리를 찾고자 나는 K-AI 커뮤니티 서밋 2025로 향했다.
그리고 이 컨퍼런스는 내게 하나의 명확한 사실을 각인시켰다. AI는 더 이상 인간의 명령을 수행하는 '유능한 비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우리를 가르치고 새로운 사업의 물꼬를 트는 '지적 동업자'로 그 위상을 바꾸고 있다는 것을. 특히 범용 인공지능(AGI)의 개념과 등장은, 대학교 시절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경험했던 그때의 느낌과 비슷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꼽은 3가지 핵심 주제
컨퍼런스에서 제시된 수많은 담론 속에서, 특히 나의 뇌리를 강타했던 세 가지 핵심 주제를 통해, 변화할 AI의 미래에 대한 실체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주제 1. 글로벌 AI 최신 동향 및 한국의 글로벌 AI 기술력 현황 분석과 추진 전략
첫 세션부터 무대에서는 AI 기술의 숨 가쁜 발전이 몰고 올 미래에 대한 경고와 전망이 쏟아졌다. 과거 스마트폰이 우리 손안의 세상을 바꿨다면, AI는 우리 두뇌의 작동 방식 자체를 바꾸는, 훨씬 더 근원적인 혁명을 예고하고 있었다.
-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 2023년 GPT-4의 등장은 단순한 성능 향상을 넘어, 자동화된 AI 에이전트의 시대를 열었다. 이는 사용자가 목표만 제시하면 AI가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말 그대로 '자율적 행위자'의 탄생을 의미했다. 동시에 허깅페이스(Hugging Face)를 중심으로 한 오픈소스 생태계의 폭발적인 성장은 특정 기업의 기술 독점을 견제하며 집단 지성의 힘을 보여주었고, EU의 AI 법안과 같은 규제 움직임은 이 기술을 인류의 통제하에 두려는 사회적 고민이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 한국의 현주소: 냉정하게 평가된 한국의 위치는 '글로벌 중상위권'이었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위태로움이 묻어났다. AI 관련 투자 규모는 미국의 1/10 수준에 불과했고, 세계적 수준의 인재 풀은 여전히 빈약했다. 다만 한 줄기 빛은, 오픈소스 커뮤니티 'OpenFreeAI'의 활동량이 세계 3위라는 점이었다. 이는 비록 자본과 인력은 부족할지언정, 기술을 향한 개발자들의 뜨거운 열정과 저력만큼은 세계적 수준임을 보여주는 증거였다.
- 생존 전략 '트리플 트랙': 이 위태로운 상황을 타개할 전략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트리플 트랙'이다. ① 독자적 거대 모델(소버린 AI) 개발, ② 산업 특화 데이터셋 구축, ③ 활성화된 커뮤니티를 통한 응용 서비스 개발이라는 세 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위태로운 현실 속에서 우리가 반드시 완수해야만 하는, 절박한 생존 과제였다.
주제 2. 대한민국 인공지능 정책 방향
이어진 정부 정책 방향 발표는 AI를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닌, 국가의 명운을 건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명백히 드러내는 대목이었다. 'AI G3'라는 야심 찬 목표 아래, 구체적인 실행 계획들이 제시되었다.
- 부족한 자원, 국가가 나선다: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지적된 것은 컴퓨팅 자원과 인재였다. 미국 Meta가 보유한 GPU 35만 장 / 국내 총합 2만 장이라는 숫자의 대비는, 우리가 처한 현실의 냉혹함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이에 정부는 국가 차원의 GPU 5만 장 확보, 국산 AI 반도체 시장 육성, 데이터센터 투자 촉진이라는 '하드웨어' 확충 계획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 인재와 데이터, 두 개의 동력: 하드웨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소프트웨어' 즉, 인재와 데이터다. 정부는 기업-대학 협력 아카데미 설립을 통해 산업 현장과 직결된 고급 인재를 직접 양성하고, 흩어져 있는 공공·민간·멀티모달 데이터를 한 곳에서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 통합 시스템(One-Window)' 구축을 약속했다. 이는 AI 개발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인 데이터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 국가적 AI 전환의 가속화: 궁극적인 목표는 기술 개발을 넘어, 국가 산업 전반에 AI를 내재화하는 것이다. 특히 제조, 의료, 교육 등 파급 효과가 큰 분야에 AI를 우선 적용하는 '선도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국내 산업의 체질 자체를 AI 기반으로 전환하겠다는 국가적 스케일의 계획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제 3. 범용 인공지능 (AGI) 7대 지능 중 창조, 언어 지능 AGI 도달 사례
이번 세션에서 가장 소름 돋았던 부분은 AGI의 창조 지능을 논하는 대목이었다. AGI가 더 이상 SF 영화 속 개념이 아니라, 이미 인간 사회 속에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가능함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AI가 쓴 웹소설이 네이버 플랫폼에서 주간 인기작으로 선정되고 실제 수익을 창출했다는 사례는, 단순히 기술적 경이를 넘어 나의 직업적 생존에 대한 원초적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AGI의 창발성(Emergent Ability), 즉 명시적으로 학습하지 않은 새로운 능력이 발현되어 '창조'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사건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AI가 생성한 소설책, 웹툰 등을 소비하며 보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섬뜩하면서도 유쾌한 상상이 머리를 스쳤다.
발표자가 공유한 아래 표는 AGI 패권을 향한 각축전을 보여주고 있었다. 주목할 점은 각 기업이 추구하는 AGI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OpenAI가 '언어적 천재'를, DeepMind가 '과학자'를, Anthropic은 '철학자'를 만들고 있다면, xAI는 우주를 이해하는 '탐험가'를 꿈꾸는 듯했다.
| 기업 | 핵심 전략 | 대표 모델 및 기술 | AGI 도달 예상 시점 | 성공 확률 |
| OpenAI | 대규모 언어모델, 강화학습, RLHF, 멀티모달 통합 | GPT 아키텍처, 추론 체인, 창발적 능력 | 2027 | 85% |
| DeepMind | 과학적 접근, 심볼릭, 신경망, 자기대결 학습 | AlphaFold, Gemini, 범용 에이전트 | 2029 | 80% |
| Anthropic | 헌법적 AI, 해석 가능성, 안전성 중심 | Claude 아키텍처, 사고 사슬, 가치 정렬 | 2030 | 75% |
| Meta | 오픈소스, 효율적 학습, 분산 컴퓨팅 | LLaMA, 자기지도 학습, 메타러닝 | 2032 | 70% |
| xAI | 우주 이해 목표, 물리과학 중심 | Grok 모델, 실시간 학습, X 데이터 활용, 빠른 반복 | 2028 | 65% |
AGI의 창조 영역 이외에도, 현실에 AGI를 도입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과학 추론 영역의 경우, 현재 금융권에서 AGI를 활용해 리서치 자료를 PPT로 자동 생성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제 고민해야 할 것은
컨퍼런스가 끝나고, 내 머릿속에는 기대와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AI가 대단하기는 해도,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아직 어렵다'는 나의 섣부른 안일함은 AGI 작가의 등장으로 산산조각 났다.
전문가들은 AI를 도구로서 잘 활용하는 개발자가 살아남을 것이라 말하지만, 어쩌면 이것은 AGI 이전 시대에서만 통용될 낡은 조언일 수 있다. AGI 시대의 개발자는 단순히 코드를 잘 짜는 '기술자(Technician)'가 아니라, AGI라는 새로운 지성체를 지휘하여 문제를 정의하고 가치를 설계하는 '아키텍트(Architect)'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AGI의 본격적 등장은 우리 모두의 직업을 다시금 돌아보게 할 것이다. 나는 과연 대체될 것인가? 대체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하지만,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AI가 나를 대체할 것인가?'가 아니다. 오히려 '이 거대한 지성을 다룰 준비가 되었는가?',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 것인가?' 와 같은, 다른 관점의 고민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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