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또를 시작하기 전.
잠시 시간을 되돌려, 작년 10월 9일에 썼던 나의 글을 다시 읽어보았다. 글또 10기에 참여하게 된 이유와 어떤 방식으로 활동할지에 대한 다짐이 담긴 글이었다. 그때 내가 적었던 참여 이유를 다시 정리하자면, 단순한 개념 정리에 그치지 않고 좀 더 의미 있는 기술 블로그를 만들고 싶었고,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 꾸준한 글쓰기 습관을 만들고 싶었다. 여기에 더해, 다른 개발자들과 건강하게 교류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생각했었다.
주된 목적이 글쓰기였기에 기술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데 더 집중했었다. 네트워킹은 그저 "기회가 되면 조금 해볼까?" 정도로만 생각했기에, 돌이켜보면 더 많은 교류를 하지 못한 점이 아쉽기는 해도 그것이 후회로 남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게 주된 목표는 아니었으니까.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 할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데 굳이 그런 모임을 들어야 하나? 그냥 글은 혼자서 쓸 수 있는 거 아니야?"라고. 그렇지만 나에겐 꼭 필요한 활동이었다. 왜냐하면, 이전에도 혼자 글을 써보려 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오롯이 혼자 시작했고, 그렇기에 그만두기도 쉬웠다. 만약 스스로 꾸준히 동기부여를 하며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강제성 없는 글쓰기’를 습관으로 만들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글쓰기를 습관화하기 어려운 이유는 사실 본질적으로 글을 쓰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기본적으로 기술적인 내용을 다루다 보니, 잘못된 정보를 담지 않기 위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단순히 구글링만으로는 사실과 다른 정보에 쉽게 노출되기도 한다. 또한 내가 쓴 글을 누구에게 보여줄지, 예상 독자를 설정하는 일도 쉽지 않다. 게다가 개발자로 일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좀 더 ‘좋은 글’을 써야만 한다는 강박이나 압박감이 스멀스멀 밀려오기도 한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보면, 어느새 키보드에서 손을 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글또를 하기 전에는, 그렇게 완성되지 못하고 비공개로 묻힌 글이 많았다.
글또 10기에서 나의 경험들.
글또 10기에서의 활동을 되돌아보니, 최초 목표였던 글쓰기 뿐 아니라 다른 개발자들과의 교류도 나름대로 노력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되돌아보기 전까지는 사실 스스로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고, 많이 부족했다고 느꼈는데, 막상 결과물을 하나 하나 펼쳐보니 기억과는 다른 모습을 마주하게 되어 약간 당황스러웠다. 내가 10기에서 했던 활동들을 돌아보면 다음과 같다.
[패스 없이 어떻게든 꾸준했던 글쓰기]
10월 9일 다짐글을 시작으로, 지금 이 글을 제외하고 총 12개의 글을 작성했다. 그중 웹 개발 기술 관련 글이 7개, 그렇지 않은 글이 5개였다. 기술 글을 조금 더 작성했더라면 좋았겠지만, 매번 ‘이 정도로는 기술 블로그에 포스팅 하기에는 너무 부족해’ VS ‘글쓰기 초보가 벌써부터 큐레이션급 글을 쓸 필요는 없어’ 라는 식의 자기 갈등을 겪었다. 좀 더 잘 써야겠다는 욕심은 사실 모든 글 작성 때마다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마인드 컨트롤을 시도했다. 글또를 시작하기 전처럼 완벽하게 쓰고 싶은 마음에 글을 삼켜버리는 대신, 조금 부족해도 0이 아닌 1을 남기는 쪽이 성장에 더 가까운 길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럼에도 기술 글을 쓸 때 부담을 느끼는 순간은 여전히 있었고, 그럴 때 도움이 되었던 건 오히려 각종 회고와 리뷰 등 나의 생각만을 담은 글이었다.
[네트워킹]
흥미로운 주제의 소모임들과 커피챗을 시도했고, 참여 횟수를 세어보니 총 11번의 교류 활동이 있었다. 앞으로 남은 약속까지 포함하면 글또 10기 6개월 동안 한 달에 평균 2번 정도는 교류 활동을 했던 셈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스스로는 이번 10기에서 교류 활동을 너무 적게 했다고 생각했었다. 이렇게 회고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효능감보다는 아쉬움과 자기 비판만 가득했을지도 모르겠다.
처음 보는 사람과 유쾌하게 이야기하는 능력치가 부족한 상태에서, 그나마 진입장벽이 낮을 것 같았던 게 취미 활동 관련 모임이었다. 같은 관심사로 시간을 보내면 더 쉽게 가까워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여, 게임해또에서의 오프라인 모임이나 벽타또에서의 모임 등에 참여하며 처음 보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환경에 나를 노출시켰다. 몇 가지 모임들에 더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독감 같은 건강 이슈나 갑작스러운 야근으로 불참하게 된 점은 아쉬웠다.
조금씩 다른 개발자 분들과 교류하게 되면서, 점차 다양한 형태의 활동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 모각코나 모각작, 미술관 관람, 독서 모임, 좀 더 진지한 고민을 이야기하는 커피챗을 포함해 여러 종류의 교류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물론 일정이 많았던 날에는 가끔 피곤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하는 게 무척이나 재미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마도 글또에서 만났던 분들은 생각의 다름이나 다양성을 충분히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좋은 사람들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싶다.
내가 얻은 것들.
결과적으로 이번 회고를 하며 느낀 것은, 글또 10기를 참여하며 얻고자 했던 것들을 모두 얻었다는 점이다. 우선 기술 블로그에 남긴 글들과 더불어, 큐레이션 글들과 글쓰기 세미나를 통해서 좋은 글을 작성하는 것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여러 번의 네트워킹을 통해 다양하고 좋은 개발자 분들을 알게 된 것 역시 큰 수확이었다.
글또를 하면서 처음 기대했던 것 이외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고, 지금의 나에게 큰 영향을 준 것은 '메타인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메타인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미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서 내가 메타인지를 잘 하고 있었나?’하면 그건 단언컨데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학습 방향이나 성장을 위한 방향을 설정하는 데에도 고민이 많았고, 어쩌면 일종의 방황을 하고 있었다고도 생각한다. 글또를 하며 여러 개발자들과 위와 같이 정답 없는 고민을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결국 이런 저런 비슷한 고민들에 대한 결론은, 보다 메타인지를 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방향을 설정한 다음,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 행동하는 것 말이다. 이것이 지금의 나에게,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필요한 부분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마무리하며.
글또는 나에게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따뜻한 휴게소였다. 성장하기 위해 혼자 아등바등 노력하다 지쳤던,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고 방황하던 내게 잠시 쉬어 가며 어디로 나아갈지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또한 다양한 배경의 길에서부터 출발한 좋은 사람들과 만나 이런저런 따뜻한 이야기와 인사이트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기수라는 사실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마지막이라도 글또라는 따뜻한 커뮤니티에 참여해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점에 너무 감사했다. 활동이 종료되어도 슬랙 커뮤니티는 유지된다고 하니, 꾸준히 좋은 교류를 이어갈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물론 글쓰기 역시 꾸준히 이어가 볼 예정이다.
갑자기 마무리라고 하니, 어렸을 때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끝맺던 맺음말이 떠올랐다. 이번 회고는 그때 썼던 맺음말로 마무리 해본다.
글또 10기 참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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